독일 함부르크 ‘장소찾기’에서 찾은 진짜 시민 참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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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형 스마트시티 사업에 진정성을 더하라

한국에서 스마트시티 챌린저 사업 도시가 결정되었다. 총 6개로 기존 2개였던 세종ㆍ부산에 이어 사업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값비싼 국책사업이다. 국가가 지자체의 아이디어를 받아 진행하는 공모 방식인데 내용을 보니 지자체마다 대개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주도형 사업이란 무엇인가? 빠른 시일 내에 수행이 가능한 일인까? 진행 구조가 수직적인데 현장에서 시민 참여가 제대로 이뤄질까? 그렇다면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스마트시티의 길은 무엇일지 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2015년 독일 항구도시 함부르크 올라프 숄츠 시장은 당시 난민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하펜시티 대학에 특별한 요청을 했다. 함부르크는 매일 수백 명의 난민들이 함부르크에 쏟아져 들어왔고 지낼 공간이 없어 그들은 텐트나 체육관 창고에 머물었다. 수용 시설 확보가 급했던 숄츠 시장은 MIT 미디어랩과 하펜시티 대학이 시민들과 함께 난민들의 새로운 터전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들은 시티 사이언스랩이란 리빙랩을 꾸리고 이듬해인 2016년 5월 ‘장소찾기(Finding places)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프로젝트는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됐는데 하나는 레고블록ㆍ알고리즘을 통해 도시 환경을 바꾸는 혁신적 측면이고 다른 축은 시민 워크숍이다. 필자는 시민 참여 측면을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에 걸쳐 34번의 워크숍이 진행됐고 약 400명이 참여했다. 먼저 워크숍은 온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각 세션 마다 20명씩 초대했는데 나이나 직업 및 정치적 견해와 참가 동기 등을 고려해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도록 했으며 한 사람 당 한 번씩만 참여하도록 했다. 일요일을 제외한 다양한 시간대에 매일 진행했는데 특히 하펜시티 강당을 워크숍 장소로 신중하게 결정했다. 이는 난민 토론이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중립적 공간을 택한 것이다.

1명의 진행자가 토론 진행을 맡았으며, 중앙 난민 코디네이션 1명과 지방정부 스태프 한 두 명이 참여했다. 4만여 장의 홍보 전단을 배포하고 미디어로 꾸준히 알리자 시민의 관심과 참여도 갈수록 늘어갔다. 도시과학연구소는 지역 상황에 대한 풍부한 도시 정보(데이터, 법적 제제, 배출량 등)를 준비해 토론장에 제공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참여자들 가운데 일부는 제공된 데이터를 믿지 못해 데이터의 출처를 분명히 설명해야 했다. 또 지방정부의 난민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이 프로젝트가 ‘거짓(fake)참여’라고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의견 제기는 근거없이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였고,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토론이 진행되면서 워크숍 분위기가 대체로 건설적이고 차분해졌다.

워크숍이 끝날 때마다 정리된 사안이 시 당국에 전해졌고, 이는 토론 기록을 비롯한 모든 정보와 함께 공식 사이트에 공개됐다. 그 뒤 각 담당자들의 행정 절차가 재빨리 진행됐다. 중앙 난민 코디네이션 스태프들은 워크숍에서 나온 사안의 실현 가능성을 곧바로 점검했다. 그 결과와 근거를 2주 안에 공개했으며, 적절하다고 판단된 곳들은 시 도시 설계 당국으로 다시 넘겨져 더 철저한 검증을 받았다.

이와 같은 34번의 워크숍을 통해 총 161곳이 제안되었다. 이 중 50%는 도시 공원이나 녹지, 또는 농촌의 농업 용지였고, 15%는 체육시설, 나머지는 주차장이나 상업ㆍ산업 용지, 또는 미래의 주거 용지ㆍ항구 지역이었다. 제안된 장소 중 44곳이 1차 평가에서 적합한 곳으로 평가되었고, 2차 평가에서 24곳이 제외됐다. 원인은 부지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기술적 이유, 구조적 환경과 지형의 제약, 오염의 우려, 역사적 유산의 보호 필요성, 대중 교통과 사회적 인프라 부재 탓 등 여러 가지였다.

우선 6곳에 750명 수용 가능한 거주 시설을 짓기로 했고, 다른 곳은 후보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 중에는 시민 참여가 아니었더라면 생각지도 못한 공간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의 손으로 직접 부지를 고른 만큼 난민들은 더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되었다.

함부르크 장소찾기 프로젝트는 난민 거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국가들에게 모범사례가 되었고 스마트시티로써 함부르크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시민참여형’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그럴듯해도 뿌리깊게 박힌 제도나 조직문화를 고치지 않는 한 시민은 실제로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이기에 그럴싸한 포장지 형태의 업무 처리를 걷어내야 한다. 함부르크 장소찾기 사례를 통해 시민참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신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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