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마트시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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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중심’을 보완하는 ‘시민중심’ 스마트시티

요즘 스마트시티에 관한 글을 접할 때마다 자주 만나는 용어가 ‘시민중심’이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시민중심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방향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동안 스마트시티가 기술중심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것에 대한 성찰이자 반전이랄까.

‘스마트시티’하면 첨단기술로만 무장한 도시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초기 모델이 송도 스마트 시티이다. 송도 스마트시티의 한계는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기획되고 실행되었다는 점이다. 기술 중심의 한계는 아무리 뛰어난 고성능의 기술이라도 시민들이 쉽게 이용하고 편리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도시 혹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환경에 부합하는 기술이나 수준이 필요하다.

‘시민중심’은 기술중심의 반대쪽 방향이 아니라 기술중심에 대한 보완적 성격이다. 기술이 스마트시티의 저변에 깔리되 시민들의 참여를 중시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참여해서 토론하고 직접 테스트해보는 일이 제대로 된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는 형식적으로 단순하게 의견을 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래서 시민중심 스마트모델은 시간이 걸리고 절차도 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핀란드 칼라사마타(Kalasatama)가 이런 시민중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래크시미 프리야 라젠드란 선임연구원이 ‘슬로 스마트시티’ 개념을 제안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그 개념이 정립된 것 같지는 않지만 동의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래크시미는 “스마트시티가 효율성과 생산성, 아울러 속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는 기업적인 관점이다.”라고 말하며 시민들은 속도가 빠른 것 만을 생산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그 보다는 생산성이나 웰빙을 강화할 수 있는 살 만한 도시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제공하는 삶이 속도만 중요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나름 일리가 있다.

슬로우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슬로푸드, 슬로시티가 보편화되어 있다. 패스트푸드에 반기를 들고 태동한 슬로푸드는 지역성과 친환경을 강조한다. 그 지역의 내력을 품은 재배법을 포함한다. 슬로시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느리게 사는 삶이 녹아 든 친환경적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오염을 줄이고 교통 혼잡이 없고 자전거나 걸어서 얼마든지 다닐 수 있는 마을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슬로 스마트시티라는 용어가 흥미롭다. 도시는 제각각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저마다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스토리를 품고 있다. 슬로 스마트시티는 첨단기술로 속도만을 강조하는 스마트시티가 아니라 다양한 얼굴과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환경을 중요시한다. 특정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스토리를 연결하고,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며 공동체의 의미를 구축하면서 최신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속도 선택권을 주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렇게 하면 효율성이나 생산성 제고는 물론 기술이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도시를 보다 더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주장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속도만을 강조하는데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 한 템포 늦춰 충분히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글: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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