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소구상(Hydrogen Initi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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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무궁무진하게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나 수소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고 항상 산소나 탄소등과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산소와 결합하면 물이 되고 탄소와 결합하면 탄화수소가 된다. 대부분의 석유계열의 원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수소를 만들려면 이들의 결합을 끊어 주면 된다. 수소 자체는 에너지원이 아니다. 다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술만 있으면 물이나 탄화수소로부터 만들어서 쓸 수 있다.

16년 전인 2013년만 하더라도 미국은 에너지 문제와 관련된 현안들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던 자동차 산업이 일본, 유럽, 그리고 한국 등의 미국 진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국가 에너지 공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석유 생산만 하더라도 환경론자들의 반대에 직면해서 새로운 유전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중동 석유에 많은 의존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중동 석유는 지정학적인 어려움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탄산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은 아직도 전 세계에서 탄산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공동으로 탄산가스를 감축하자는 세계기후변화협약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당시의 부시 대통령은 이런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서 소위 『수소구상(Hydrogen Initiative)』을 제안하였다.

『수소구상』으로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거삼득’인 셈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이 공짜 점심은 없다. 우선 수소는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물의 경우는 수소와 산소의 결합이 매우 단단하여 그 결합을 끊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탄화수소의 경우는 끊기는 쉬운 반면 그 과정에서 탄산가스를 발생 시킨다. 탄산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수소를 생산하는데 오히려 탄산가스를 더 발생 시키는 모순이 나타난다.

수소 생산과정에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저장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즉, 저장하기 위해서는 매우 부피가 큰 저장 장소가 필요하다. 부피를 줄이려면 압력을 가해야 하고, 압력에 잘 견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 수소는 물질을 취화시켜 푸석푸석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수소를 많이 저장하기 위해서 압력을 가해 저장을 하면, 푸석푸석해진 용기가 쉽게 부서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소의 특징은 대량 수송을 위한 파이프라인의 구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소구상』의 요체는 그 동안 석유 중심의 경제를 수소 중심의 수소 경제로의 전환에 있다. 수소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소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있어야 한다. 수소의 대량 소비는 수소 자동차가 맡아 주어야 하는데 부시 대통령 당시에는 아직도 기술이 부족하였다. 대량 소비가 있어야 대량 생산이 있고, 대량 생산이 되어야 생산가격이 내려가서 소비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당시에는 오히려 소비도 제한적이고 생산도 대량 생산을 하기가 어려운 그야말로 ‘닭과 달걀의 모순’을 가진 상황이었다.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추진되던 『수소구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당시 미국의 세 가지 현안들도 그럭저럭 해결이 되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도 그런대로 경쟁력을 회복하였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장기전으로 돌입하였고, 에너지 문제는 셰일가스의 개발로 미국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돌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석유도 없고 셰일가스도 없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국제적으로 항상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어려움은 아직도 많이 있지만 수소는 기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석유처럼 자연에서 캐내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에너지원이다. 수소경제를 위해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박창규(포항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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