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황당무계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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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상상하는 것을 즐긴다. 상상의 주제와 대상은 물론 다양하다. 따라서 ‘즐긴다’는 단어의 어감과는 달리 ‘즐겁지 않은’ 주제와 대상에 관한 상상도 포함된다. 돌아보니 최근 몇 년 동안 필자의 상상의 주제와 대상은 ‘즐겁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같다.

상식이지만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과학적 지식과 이해력이 필요하다. 상상은 현상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의 비판적 판단을 바탕으로 부족함과 아쉬움을 개선하여 달라진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 세대들뿐만 아니라 다음다음 세대들의 ‘행살편세’를 바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망은 결코 필자만의 특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을 입증한다.

‘스마트시티’에 관한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하는 많은 상상의 주제와 대상에서 ‘스마트시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상에는 주제와 대상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이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마트시티’에 관련된 뉴스와 정보, 자료를 ‘스마트시티 투데이’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다양한 소스를 통해 거의 매일 획득하여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필자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상상은 그러나 결코 ‘즐거운 상상’이 아니다. 그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을 역대급으로 바꾸어 놓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국한하여 살펴보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모범국가로 전세계적인 ‘칭송’을 받았지만, 여전히 확산이 그치지 않고 있으며 치료제 개발 역시 요원하다는 것이 ‘현상’이다.

‘즐겁지 않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위력(?)이 더 세져서 우리의 삶의 양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말이다. 우리나라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뛰어넘어 록다운(lockdown), 재택근무, 재택교육 등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된다면 도시에서는 어떤 양태들이 나타날 것인가?

출퇴근이 없어질 것이고, 기업들과 공공기관의 경우 사옥이나 사무실이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들도 수요가 현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각급 학교 역시 동일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며, 문화, 예술 관련 대중들이 이용하던 각종 시설 역시 마찬가지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CES, MWC 등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던 세계적인 전시회와 박람회는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된 도시. 그곳에서 벌어질 시민들의 삶의 모습에 관한 ‘즐겁지 않은’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상이 상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스마트시티의 개발, 조성과 관련해서 특히 그렇다.

국토교통부는 2008년 3월 세계최초로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후 2017년 ‘스마트도시법’으로 개편하여 2018년 1월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종과 부산을 국가시범도시로 선정했으며, 인천광역시 부평구 등 7개 지자체에서 스마트도시형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6월30일 LH는 2018년 1월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된 세종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발표했다. 역시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된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는 이미 2019년 11월 24일 착공식을 가진 바 있다.

구체적인 일자를 거론한 이유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공식적인 착공식을 하거나 조성 계획의 발표를 하기까지 당연히 스마트시티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가지고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협의와 준비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계획에는 시간적으로 코로라바이러스라는 역대급 변수가 반영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세종시의 시범도시에는 도시설계 단계부터 시공까지 스마트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1014억여원을 투입해 44개월의 공사를 거쳐 2024년 2월 준공 예정인 세종 스마트시티에는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와 환경, 거버넌스, 문화와 쇼핑, 일자리 등을 총망라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년 말까지 스마트시티의 혁신 요소를 체험할 수 있는 가칭 ‘스마트 퍼스트 타운’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5만㎡ 규모로 조성되는 스마트 퍼스트 타운은 시민과 기업이 자율주행·제로 에너지 빌딩 등 스마트시티 기술을 참여·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과 스마트 센터 등도 들어설 것이라고 발표됐다.

필자의 ‘즐겁지 않은’ 상상을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연결시키는 것은 ‘황당무계’할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이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상수’로 된 상황에서도 기대했던 “시민 행복을 높이고 기업에게는 창조적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세종시)”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세계 주요 스마트시티 추진 관련 기관들과 전문가들은 우려와 함께 새로운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 스마트시티 프로그램 공동 디렉터이자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매든(David Madden)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그 도시의 미래를 훨씬 더 불투명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시골로 도피했으며, 도시로부터의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여론 조사기관 해리스 폴(Harris Poll)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도시 거주자의 거의 40%가 대유행으로 인해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코러나바이러스 팬데믹은 도시가 건설되고, 유지되고, 살고 있는 방식을 재평가하기 위해 무엇이 변화될 수 있고,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일부 국가의 도시들에서는 이미 자전거 이용자나 사회적으로 거리가 먼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동차로 가는 도로를 폐쇄하거나 병원과 노숙자 쉼터를 추가로 건설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러한 임시방편적이고 반응적인 조치들은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들은 이 팬데믹을 늦추거나 막을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음 번 유행병을 일상화 되었을 경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스마트시티 구축에 관한 능동적이고 장기적인 사고를 시작할 때다. 계획했던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말이다.

2018년에 발표된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Smart cities: Digital solutions for a more livable future” 보고서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점의 변화의 필요성과 이 힘든 시기 동안 각 부문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보고서는 스마트시티 전략이 기술이 아닌 사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란 단순히 전통적인 도시 인프라에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설치하거나 도시 운영을 디지털리제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과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술들과 데이터 분석 및 활용 툴들은 이미 스마트시티 구축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고도화 되어 있다. 따라서 스마트시티에 관한 ‘즐겁지 않은’ 필자의 상상이 황당무계한 상상으로 그칠 수 있도록 세종시에서 추진되기 시작한 국가시범스마트시디 프로젝트에 최근의 ‘현상’은 물론 ‘상상 속의 현상’까지도 충분히 감안되기를 기대해본다. 스마트 기술들을 적용하기 위해 개발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적절히 대비를 했을 경우에만 피해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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