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성공 조건은 시민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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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동안 지어진 도시를 더 스마트 한 도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D 47년 로마인들에 의해 조성된 영국 런던의 고민이다. 천년 이상 된 건물과 최첨단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공존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테오 블랙웰(Theo Blackwell) 런던 Chief Digital Officer은 잠을 못 이룬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런던만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런던시 모습 (사진=BusinessCloud)

대한민국의 수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위키백과에 소개된 수원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런던 못지 않다. 선사 시대에 ‘모수국’으로 불린 수원은 삼국시대에 고구려가 백제를 한강 이남에서 몰아낸 후 ‘매홀군’으로, 신라 경덕왕 때에는 ‘수성군'(水城郡)으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고려 태조 재위 후반기인 940년에는 ‘수주'(水州)로 승격되며 한남 또는 수성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조선 개국 직후인 1394년 한양 천도와 더불어 양광도에서 경기도로 편입되었다. 1413년(태종 13년)에 ‘수원'(水原)으로 최종 개명되며 수원도호부와 남양도호부가 설치되었다. 조선 중기까지 한적한 촌락에 불과하던 수원은 정조가 사도세자의 무덤 영우원을 양주에서 수원의 화산으로 이전하여 현륭원으로 개칭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도시 방어를 위한 수원 화성과 왕의 능행차 때 묵는 화성 행궁이 건립되었다. 정조는 자신의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수원에도 두고 상업을 발전시켰으며, 수원은 도호부에서 유수부로 승격되어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정조가 사망한 후 그가 베풀던 특권이 폐지되면서 19세기에는 도시가 쇠퇴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화성 행궁이 철거되었고 한국 전쟁으로 인해 화성마저 심한 피해를 입었다. 현재 수원의 인구는 대략 124만 명 정도이며, 삼성 전자의 본사를 비롯하여 전기전자, 기계, 조립금속업체 등 1200개가 넘는 기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영국 런던과 흡사하다. 그런 수원시가 ‘2020 대한민국 지식혁신 스마트시티 대상’으로 선정됐다. 한 미디어그룹과 서울시주택도시공사가 공동으로 올해 처음 제정한 ‘지식혁신 스마티시티 대상’은 도시 기능과 지방정부의 서비스를 평가해 우수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최고의 상이다. 우수 사례를 널리 알려 대한민국 스마트시티를 확산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상을 수상한 수원시는 스마트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시민 참여형’ 스마트시티를 실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수원시는 시민 등 500여 명이 참가하는 도시정책시민계획단을 운영하고, 스마트 체험관을 조성해 시민들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점이 대상을 수상한 포인트이다.

수원시의 스마트시티 구상의 중심에는 2018년 7월 도시계획과에 4인 1팀으로 꾸려진 스마트시티팀이 있다. 이 팀은 스마트시티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초기 단계로 ‘500인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리빙랩도 운영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승병숙 수원시 스마트시티 팀장이 2019년 4월 한 언론과 한 인터뷰를 찾아 보니 “처음부터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의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그는 “스마트시티라는 과제 아래 공간의 통합, 주민간 소통 등을 폭넓게 시도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고 생각했다.

“스마트시티는 첨단기술을 접목해 시민들이 살기 좋은 편안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사업은 시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기술 중심이 아닌 미래가치지향의 ‘사람중심 도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고 과제다. 시민과 함께 하는 스마트시티, 스마트시티 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송 팀장의 이러한 소신(?)은 ‘지식혁신 스마트시티 대상’으로 선정됨으로써 그 당위성과 필연성이 입증됐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이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수원시의 사례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수원시는 2019년도에 ‘스마트도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단기 및 중장기 정책 과제를 제시해 수원형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계획을 마련했다. 기본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500인 원탁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토론회는 시민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도시정책 계획단을 모집해 ‘어서 와~ 스마트시티는 처음이지’를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에게 스마트시티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특강이 진행되고, 시민들과 함께 수원시가 가장 먼저 해결할 도시 문제가 무엇인지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여기에서 나온 시민의 의견은 기본 계획에 반영됐다.

수원시 제2부시장이자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재준 교수가 발표한 “시민참여형 도시계획모델 개발에 관한 연구”는 ‘시민과 함께 하는 스마트시티’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수원시는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1)을 통해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2030년 수원시 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계획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하여 해외 시민참여 도시계획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실정에 맞는 시민계획단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이를 기초로 본 연구에서는 해외사례와 시민계획단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에 적용가능한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는 3단계로 이루어졌다. 우선 선행연구 분석을 통해 연구 범위를 한정하고, 영국, 일본 등의 선진사례를 살펴보았다. 선진사례는 ①계획의 성격, ②시민참여 범주 및 방법, ③참여주체별 참여영역, ④운영조직 등 4개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2단계는 시민계획단 프로그램 마련 및 운영단계이다. 시민계획단 프로그램 마련은 2011년 11월 11일부터 2012년 3월 30일까지 32명의 전문가 연구집담회를 통해 진행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5차례의 시민계획단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수원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다. 3단계는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 개발이다. 1단계 사례연구와 2단계 시민계획단 운영결과를 종합분석하여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을 개발하였다.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은 참여주체 구성 및 참여영역, 운영조직 등을 제안했다.

수원시의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을 살펴보자.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 시민단체, 행정 등이 참여를 통해 진행하였다. 1차 회의는 의견수렴, 2~3차 회의는 전문가 브레인스토밍, 4차 회의는 자문회의로 진행되었다. 회의의 주요 논점은 프로그램 명칭, 시민모집 및 분과구성, 추진조직 및 일정, 세부일정이었다.

프로그램의 명칭은 시민계획단으로 모집인원은 시민계획가 130명, 청소년계획가 100명으로 구성했다. 또한 시민계획단은 수원시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구도심 활성화 등 6개 분과로 나누어 한 개 분과에 20여 명의 구성원을 포함시켰다. 아울러 시민계획단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를 중심으로 전문가, 공무원, 시민단체, 용역사, 언론 등이 결합한 운영조직을 설치했다.

시민계획단은 수원시 도시기본계획의 수립을 위한 시민참여 조직으로 비전 및 목표(1단계), 기본방향과 전략(2단계), 세부실천전략(3단계), 지표 및 주요계획(4단계),

도시기본구상(5단계) 등 5단계로 진행되었다. 매 단계별로는 계획내용에 대한 학습, 분과별 토론에 이어, 전체가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으로 약 3시간 동안 진행했다. 특히 분과별 토론은 시민계획단의 주된 활동으로 행정에서 제공된 기초자료를 숙지한 후, 시민계획단 중 분과장을 선발하여 토론을 진행하였다. 또한 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정리(간사)하고 기록(간사보)하는 운영지원팀과 시민계획단의 질의사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행정공무원을 배치시켰다.

시민계획단 토론에서 제안된 의견은 시민계획단의 결정(전자투표)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였다. 1~3단계 회의에서는 비전 및 3대 목표, 12대 전략, 36대 세부실천전략을 설정했으며, 4단계 회의에서는 4개 주요계획에 대한 의견수렴, 복지 중심의 지표와 시민 실천지표 등을 결정하였다. 아울러 5단계 회의에서는 개발기본구상 등 수원시 공간구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시민계획단은 분과토론을 통해 직접 참여하였으며, 일반시민의 의견개진 기회 확대를 위하여 인터뷰 및 커뮤니티 보드13)를 활용하였다. 그 결과 전체 1,627건 중 24.1%(392건)가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이재준 교수가 개발한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은 구성체계와 운영체계로 구분해야 한다. 구성체계는 연령, 지역, 직업, 성별 등 다양한 참여주체 확보해야 한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운영조직을 마련해야 하며, 이슈중심의 전략계획 수립하는데 있어서 시민의 직접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운영체계는 단계별, 이슈별 참여방식이 필요하며, 다양한 참여방식 확보하고,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둘째,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제도화 하여야 한다.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은 일반시민의 의견수렴에 기초한 도시계획 수립 모델을 수원시의 사례를 통해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추진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다만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은 자치단체의 실정에 따라 계획수립 과정에 나타나는 변수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지자체별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을 보완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조례 단위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실질적인 상향식 도시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동 단위의 계획수립이필요하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수립되는 도시기본계획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립된다. 도시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민참여가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나, 행정동 단위의 마을계획을 종합하는 형태의 실질적인 상향식 도시기본계획의 수립이 요구된다. 따라서 행정동 단위의 마을계획을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의 진행이 필요하다. (세부적인 내용은 이재준, 김도영의 “시민참여형 도시계획모델 개발에 관한 연구” 참고하라.)

수원시의 이러한 “시민참여형 스마트시티 모델”은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가 제시하는 권장사항과도 일치한다. 딜로이트는 스마트시티 여정에 도시가 어디에 있든 도시 지도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디자인 측면

  • 다양한 그룹의 도시민이 직면하고 있는 필요성과 과제를 이해하고 이러한 결과를 솔루션 설계에 통합하기 위해 참여했는가?
  • 우리의 기술이나 프로그램 설계가 도시 인구의 주요 부분을 놓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우리 도시의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도시 기관 및 파트너와 협력했는가?
  • 혁신적인 금융 및 펀딩을 채용했는가?

실행 측면

  • 시 주민들은 시책에 대한 공통된 비전에 동의하는가? 그리고 시행 내내 피드백을 수집하고 통합할 수 있는 참여 메커니즘이 있는가?
  • 다양한 주민들과 함께 이니셔티브의 성과를 테스트할 수 있는 파일럿 위치를 선택했는가?
  • 우리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대화를 도시민들에게 가져왔고, 우리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절차를 마련했는가?

성찰 측면

  • 다양한 인구통계 및 지역에 걸쳐 이니셔티브의 성과를 공정하게 나타낼 성과 지표와 데이터를 수집하였는가?
  • 주민들이 주도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직접 참여시켰는가?

스마트하고 연결된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 기술은 도시 거주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도시 거주자들은 스마트시티의 노력이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고 그들의 데이터와 사생활 보호에 실패하여 잠재적으로 분열과 불평등을 증가시킬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수원시와 같이 포용성과 참여를 스마트시티 노력의 초석으로 삼는 도시는 지역 사회와의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시의 이번 대상 수상은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의 성공 조건은 ‘시민 참여’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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