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도시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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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로 꼽히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상을 떠난 지 5백년이 되는 해이다. 과학적 정신, 예술적 재능 및 인본주의적 감성을 갖춘 인간의 표상인 5백년 전의 천재를 ‘스마트시티’ 칼럼에서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놀랍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스마트시티’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까지도 수립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기는 어쩌면 오늘날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시기는 페스트의 확산이 세계적인 위기를 초래하여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약 2억 명의 사망자를 낸 후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 위기의 정점에 서 있다. 만약 더 이상 해법을 찾지 않고 방치한다면, 광범위한 혼란과 멸종을 야기하고 엄청난 죽음을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고 있던 르네상스 시대에도 오늘날처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혁신하고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급진적인 해결책들이 요구되었다.

악성 전염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망한 1486년경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도시 계획 문제로 눈을 돌렸다. 전형적인 르네상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는 “이상적인 도시(ideal city)”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도시 프로젝트는 과도한 비용 때문에 실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지속가능하지 않은 도시 모델들이 지구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임을 감안할 때,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면 현대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오늘날 살아있다면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구상했을까?

다빈치는 구불구불하고 초만원인 거리들과 집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중세 도시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그런 착상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Portsmouth 대학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ies)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멜리스(Alessandro Melis) 교수가 그것을 밝혀냈다. 두서가 없는 다빈치의 노트와 스케치들로부터 그의 ‘이상적인 도시’에 대한 비전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멜리스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품 가운데 큰 수집품인 파리 필사본 B(Paris manuscript B)와 코덱스 아틀란틱스(Codex Atlanticus)로부터 물품의 원활한 수송과 깨끗한 도시 공간을 위해 설계된 티치노(Ticino) 강변의 새로운 도시의 기반에 관한 다빈치의 일련의 혁신적인 생각을 재구성해냈다.

내친 김에 다빈치의 르네상스 시대 ‘스마트시티’ 구상을 좀더 들여다 보기로 하자.

그는 잘 정돈 된 거리와 건축물이 있는 편안하고 넓은 도시를 원했다. “아름다운 탑과 흉벽”이 있는 “높고 강한 성벽”을 추천했고 그곳에는 “성당의 숭고함과 웅장함” 그리고“개인 주택의 편리한 구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빈치의 이러한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도시에 대한 구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과 일치했다. 그러나 그가 구상한 도시 디자인에는 역시 천재답게 몇 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다. 도시가 수직 계단으로 연결된 여러 층에 건설되기를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오늘날의 고층 건물과 유사하지만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모더니스트 운동이 탄생한 1930년대까지 구현되지 않았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거울 문자(mirror writing. 거울에 비추면 바로 보이게 글자를 거꾸로 쓴 글)를 담은 파리 필사본 B의 한 페이지. 그가 구상한 ‘이상적인 도시’에 관한 스케치를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는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 계획,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아이디어로 활용은 크다. 많은 학자들은 효율적인 교통 인프라를 갖춘 자연(특히 물 시스템)과 융합되어 바깥으로 확대되는 대신 위쪽으로 건설되는 이 ‘소형 도시’가 현대 도시들을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점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시대보다 수 세기 앞선 현대의 도시 계획과 매우 밀접하게 통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멜리스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도시 구상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두 가지이다. 르네상스 시대 페스트 전염병처럼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과 그가 ‘이상적인 도시’를 꿈꾸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와는 달리 비용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각국 정부들이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한국판 뉴딜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공개했다. 전·후방 산업을 가리지 않고 197개 사업에서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으로 광범위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여 ‘스마트 그린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이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형 뉴딜펀드는 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20조원 가운데 35%가량인 7조원(정부 재정 3조원, 정책금융 4조원)이 공공부문에서 투입돼 민간 손실을 우선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13조원은 민간에서 투자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197개나 되는 투자 대상에는 그린 스마트시티 건설에 필요한 요소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는 하고 있지만 ‘그린 스마트시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상적인 도시’ 구상처럼 비용이 문제가 되어 그저 ‘멋진 구상’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생태적인 사람 중심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일 것이다.

그러한 스마트시티 사례를 미국에서 찾는다면 어디일까? 뉴욕, 시카고, 로스엔젤레스가 떠오를 지 모른다. 그러나 20년 이상 기술 관련 분야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존 브리든(John Breeden II)는 조지아 주 피치트리 코너스(Peachtree Corners)를 꼽았다. 그 이유는 Peachtree Corners가 무인 자동차, 스마트 카메라, 인공 지능 제어 인프라 및 수백만 개의 사물 인터넷 센서를 포함한 스마트 시티 기술이 하나로 결합된 세계 유일 도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술은 실험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배치되어 있다. 누구나 빌려 시내를 돌아 다닐 수 있는 전기 스쿠터도 콜을 받으면 자율주행으로 나타나고 사람이 내리면 대기 장소로 돌아간다.

미국 애틀랜타 대도시 지역의 귀넷 카운티 남서쪽 코너에 있는 채터 후치 강 옆에 위치한 피치트리 코너스에는 4만 여명 이상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소도시이다.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들은 벤치마킹해 볼만 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예산도 충분치 않아 민간 투자까지 정부가 보증해주는 펀드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스마트시티 건설. 엄청난 비용 부담 때문에 자신이 구상한 ‘ideal city’를 실현시킬 수 없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늘에서 부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행살편세’는 오늘날 인본주의 세상이 있게 만든 레오나르도 다빈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소박한 꿈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과 자본이 투자되는 한국판 뉴딜정책이 그 꿈을 이루게 한다면 하늘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큰 박수를 보내줄 것이라고 믿어본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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